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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나움(Capharnaüm,2018)" 을 힐링중심으로 영화리뷰

by healing6277 202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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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자인은 정리되지 않은 침대에 누워 혼란한 시선으로 위를 바라보고 있다.

 

2018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나딘 라바키 감독의 영화 「가버나움」은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는 아이의 이야기’로 많은 관객의 심장을 강하게 울린 작품입니다. '가버나움(Capharnaüm)'이라는 제목은 '혼란', '혼돈', '무질서'를 뜻하는 단어로, 이 영화의 배경과 인물들의 삶을 상징합니다. 실제로 영화는 레바논의 빈민가를 중심으로, 그 속에서 태어나 책임 없는 어른들의 결정에 휘둘리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히 비극적인 현실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아이의 외침을 통해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내려 노력합니다.

배경은 전쟁의 후유증, 이민 문제, 아동 방치, 불법체류자 문제 등 레바논 사회가 마주한 다양한 현실적 문제들을 진솔하게 다루며, 그 어느 장면도 허구처럼 보이지 않을 만큼 생생하고 현실적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대부분의 배우가 비전문 연기자이며, 실제 그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온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몰입도를 높입니다. 주인공 자인 역시 실제로 시리아 출신의 난민 아동으로, 그의 눈빛은 대사보다 강력한 서사를 전해줍니다.

“나는 부모를 고소합니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12살 소년 '자인'이 있습니다. 영화는 그가 법정에 서서 "부모를 고소하겠다"라고 외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관객은 자연스레 궁금해지죠. 왜 한 아이가, 그것도 아직 성숙하지 못한 나이에 부모를 고소하겠다고 말하게 된 것일까?

자인은 출생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아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입니다. 가난한 부모는 자식을 줄줄이 낳지만, 그들을 책임질 여력은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생존이기 때문에 아이의 교육이나 존엄은 먼 이야기입니다. 자인은 어느 날 가장 사랑하던 여동생 사하르가 어린 나이에 강제로 결혼하게 되자 큰 충격을 받습니다. 결국 그녀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자 자인은 집을 나와 거리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거리 생활 중 그는 불법체류자 라힐과 그녀의 아기 요나스를 만나게 되고, 어른들이 해주지 못한 보호를 어린 자인이 스스로 감당하게 됩니다. 어린 나이에 아기를 돌보고, 음식을 구걸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자인의 모습은 관객의 마음을 먹먹하게 합니다. 자인은 비록 세상의 버려진 아이 같지만, 그런 세상 속에서도 자신보다 어린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진정한 어른의 책임감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결국 자인이 법정에서 부모를 향해 던지는 외침입니다. "왜 나를 낳았냐고요? 나를 돌볼 수 없으면서 왜 낳았냐고요!" 그의 한마디는 모든 사회, 모든 시대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절망에서 싹튼 따뜻한 용기의 기록

「가버나움」은 가난과 무관심, 시스템의 부재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철저히 현실적인 시선으로 담아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관객에게 분노나 슬픔만을 남기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작고 연약한 존재들이 보여주는 순수한 연대와 배려,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삶의 의지가 녹아 있습니다.

특히 자인의 연기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게 다가와서 영화라는 사실조차 잠시 잊게 만듭니다. 마치 실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죠. 감독 나딘 라바키는 여성의 시선으로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진심을 담아 조명하고, 마치 시를 쓰듯 아름답게 영화를 구성합니다. 혼돈 속에서도 여전히 삶은 계속되고, 한 아이의 작지만 강한 목소리는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는 어두운 도시의 골목과 황폐한 공간을 보여주지만, 인물의 감정과 상황은 매우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눈빛 하나, 행동 하나로 많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도 전달하는 이 영화의 힘은 절제와 진실성에서 나옵니다. 관객은 끝내 자인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그가 보여주는 작은 희망에 함께 숨을 고르게 됩니다.

아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다시 바라보다

영화 「가버나움」은 단순한 사회고발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이며, 책임에 대한 통렬한 질문이자, 희망에 대한 조용한 노래입니다. 힐링이라는 단어는 때때로 너무 가볍게 쓰이지만, 이 영화 속의 힐링은 진정한 의미를 지닙니다. 고통을 통과한 자만이 진짜 위로를 말할 수 있고, 절망 끝에서 피어난 희망은 더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자인은 우리의 삶과 멀리 떨어진 타국의 아이 같지만, 그의 외침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존재한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이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상기시켜 줍니다.

결론

이 영화를 본 후에는,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더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가버나움」은 눈물 속에서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영화이며, 상처 입은 마음에 조용히 닿는 위로의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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